“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간 총회. 오후 12시, 강의실 한쪽에 깔린 김밥천국 도시락과 스파클링 음료. '이게 그 전설의 총회인가요…?'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어색한 인사와 웃음 속에서도 어쩐지 편안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 일화는 Z세대의 달라진 캠퍼스 음주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총회도 술 없이 충분히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취한 용기’보다 ‘선명한 공감’을 더 진짜라고 믿는 세대입니다. Z세대는 술자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원할 때만, 함께할 사람과만 선택합니다. 이제 캠퍼스에서 술은 관계의 조건이 아니라, ‘옵션’이 된 시대입니다.
이 글에서는 캠퍼스 음주 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점심 총회, 무알콜 MT, 술자리 대신 운동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인식 변화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변해가는 ‘대학 총회 문화’
2020년대 이후 대학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술판 총회’입니다. 한때는 대학 생활의 상징이자 ‘진짜 어른이 되는 관문’처럼 여겨졌던 총회 문화가 이제는 Z세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색다른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총회는 더 이상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폭탄주 파티가 아닙니다. 지금은 “점심 총회”, 혹은 “브런치 총회”라는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서울권 대학의 디자인학과 학생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총회라길래 좀 긴장하고 갔는데, 그냥 교수님이랑 샌드위치 먹으면서 세미나처럼 이야기 나누는 거였어요. 오히려 좋았습니다.” Z세대는 ‘강요된 음주’에 매우 민감합니다. 자기 결정권과 자기 방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원샷”, “폭탄주” 같은 예전 유흥문화는 진지하게 거부하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술을 못 마시는 체질(알코올 플러시), 건강 문제, 정신건강 등의 이유로 음주를 삼가는 경우가 더 자주 공유되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음주를 권하는 문화 자체가 비호감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대학 내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총학생회나 과학생회 차원에서 “금주 문화 선언”을 하거나, “무알코올 행사 운영 가이드”를 만드는 학교도 있습니다. 또한 오리엔테이션이나 신입생 환영회에서 “음주 선택권을 보장합니다”라는 문구를 배너에 걸어두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Z세대는 마시지 않아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 MT의 진화: 무알콜 MT
‘MT(Membership Training)’ 하면 예전에는 술자리, 복불복 게임, 삼겹살과 소주를 떠올렸지만, 지금 Z세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알콜 MT’, ‘웰니스 MT’, ‘보드게임 MT’와 같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요즘 MT는 ‘취하고 잊는 밤’이 아니라, ‘깨어 있고, 기억에 남는 낮’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무알콜 MT에 대해 “건강하고 가벼운 여행처럼 즐기고 온 느낌”, “사진도 많이 찍고, 마무리도 깔끔해서 좋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MT 코스
- 시골 감성의 한옥 스테이
- 숲 근처 글램핑장
- 수도권 외곽의 복합문화공간
프로그램 예시
- 보드게임, 미니 운동회, 방탈출
- 밤에는 마시멜로 구워 먹기, 감성 캠프파이어
- 요가, 스트레칭, 마음 챙김 명상 프로그램
음료는 스파클링 주스, 논알코올음료, 탄산수 등으로 대체되며, 술 없이도 분위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MT의 본질이 ‘친해지기’라면, Z세대는 이제 술이 아닌 체험과 감정 공유를 통해 유대감을 쌓고 있습니다.
3. 과 단합, 술 대신 운동
“총회는 헬스장으로 갑니다.” 이 말은 이제 농담이 아닙니다. 실제로 몇몇 학과에서는 회식 대신 체육 활동을 함께 하거나, 과 단합 행사로 필라테스 클래스, 클라이밍 체험, 스쿼시 강습 등을 택하고 있습니다. 절주, 금주, 러닝크루를 모티프로 한 동아리들이 전국 대학에서 캠페인과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Z세대는 음주보다 함께 땀 흘리며 관계를 쌓는 경험을 더 가치 있게 여기고 있습니다.
운동의 장점
- 몸과 마음을 다잡는 수단입니다
- 자연스럽게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 술 없이도 충분히 즐거운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SNS에서는 #운동 MT, #요가회식, #클라이밍단합 같은 해시태그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헬스장 단체 등록을 복지로 운영하거나, 자전거 여행을 정기행사로 만드는 동아리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Z세대가 술 대신 운동을 선택하는 이유
- 자기 관리, 자기감정 중시
- 감정 낭비 없는 심플한 관계
- 다음 날 일정까지 고려하는 실용주의
이제는 "기억 안 나는 밤"보다 "기억에 남는 건강한 경험"이 더 오래 남습니다.
결론
캐릿이 실시한 Z세대 서베이에 따르면, 20대 남녀 21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98.7%가 ‘최근 술자리 문화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응답했습니다. Z세대는 회식과 음주를 더 이상 ‘의무’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옵션의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억지 술 권하지 않기, 무알콜 선택 존중, 술 대신 운동과 보드게임. 이 모든 변화는 Z세대가 건강하고 개성 있는 문화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윗세대가 만들어주지 못한 건전한 음주 문화를, Z세대는 자신들의 감각과 가치관으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한국 사회의 미래가 더욱 건강하고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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